여느 평범한 가정에서 가장 역할을 해 온 최영호(59)씨는 퇴직 후, 일상이 무료해졌다. 아내는 가까이에 사는 또래 중년 여성들과 운동이다 취미다 이것저것 하러 다니느라 집에 거의 없고 자녀들은 각자 사회생활 하느라 집에서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밖으로만 도는 것 같다.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지루해진 최씨는 낮에 잠깐 동네를 돌거나 집 안에서 TV를 보며 어슬렁거리다 밤이 되어 누워 잠을 청하면 잠도 오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눈만 더 말똥말똥해진다.
연령별로 잠이 오지 않는 원인 다양해
최근 불면증을 겪는 사람들이 늘면서 불면증을 호소하는 연령대와 유형 또한 다양하다. 직장 생활이나 스트레스, 우울증, 공황장애 등으로 인해 생긴 젊은 사람들의 불면증, 밤낮 구별 없이 울어대는 아기를 돌보다 생긴 초보 엄마의 불면증, 중년 여성들의 갱년기불면증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빼놓을 수 없는 유형이 있다. 바로 오랜 기간 직장을 다니다가 퇴직한 아버지들의 불면증이다. 예전에는 베개에 머리를 붙이자마자 잔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잠에 대해서 걱정이 없었지만 퇴직 후 은근슬쩍 찾아온 불면증으로 당황해 하는 중년 남성들이 많다.
퇴직 후 해방감으로 생활 패턴 바뀌는 것이 가장 큰 이유
퇴직 후 갑자기 불면증의 증상을 나타나는 것은 그 전의 직장 생활에 대한 해방감과 여유로움으로 한동안 늦게 자거나 이전보다 게으른 생활 패턴을 보였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일 수 있다.
이런 현상의 한 예로 대학생들이 방학 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패턴을 반복하다가 개강 후, 일찍 잠들려고 애쓰는데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 다음날 일어날 시간에 힘들게 일어나 오전 수업시간 동안 꾸벅꾸벅 조는 것과 비슷하다. 전보다 늦게 일어나고 활동량도 급격히 줄었으니 이전에 잠들었던 시간에 잠을 이룰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수면시간 살펴보고 불면증인지 수면지연 인지 확인부터
원래 수면이란 것이 습관이나 리듬과도 관련이 많기 때문에 생활하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잠들지 못하는 것에 너무 집중해 불안해하거나 걱정을 하는 것보다 내 수면시간을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불면증’은 나도 모르게 수면시간 자체가 상당히 줄어있는 반면에 수면리듬이 흔들린 경우에는 늦게 잠들긴 해도 수면시간은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만약 수면시간이 충분히 확보되고 있다면 불면증이라기보다 수면리듬 지연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직장 다닐 때와 똑같이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신체 활동
이런 수면리듬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잠드는 시각보다 기상 시각을 일정하게 맞춰주고 낮의 활동량을 늘리면 충분히 변화가 가능하다. 늦게 잠든다 하더라도 적어도 아침 8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유지하고 낮에 신체 활동량을 늘리다 보면 전처럼 일찍 잠드는 패턴으로 돌아갈 수 있다. 종일 집 안에서 TV를 보거나 특별한 신체활동 없이 다시 밤을 맞이하고 있다면 줄어든 활동량이 원인이 되어서 잠들기 힘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퇴직 후에도 운동을 하거나 자신의 취미 생활을 만들어 직장 생활을 할 때만큼의 신체 활동량을 유지해야 한다.
퇴직 후, 집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 중년 남성들의 경우, 타이트하게 지내던 생활에 여유가 생겼다고 갑자기 생활 패턴이 늘어져 버리면 오히려 건강에도 좋지 않다. 또한 남성들도 중년 여성들처럼 갱년기가 나타나기 때문에 호르몬의 흐름이 젊을 때와는 다르다. 이를 직장생활로 인해 못 느끼고 있다가 퇴직과 함께 사회생활이 끝이라는 허무함과 동시에 감정의 기복이 생기면서 불면증이 나타날 수 있다. 퇴직 후에는 오히려 직장 생활로 인해 즐기지 못했던 운동이나 문화생활을 하면서 평소 함께 하지 못했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 본인도 물론 가족들에게도 아버지의 퇴직이 또 다른 행복한 시작이 될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