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초반의 주부 K씨는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아침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방바닥이 흔들거리고 천장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듯한 심한 어지럼증을 느꼈다. 눈을 감은 채로 누워서 꼼짝할 수 없었고 조금만 자세를 바꾸면 어지럼증이 더 심해지면서 구토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K씨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은 없었고 비교적 건강하게 지내왔으나, 약 3년 전에 한 차례 심한 어지럼증 때문에 병원에서 약물치료를 받고 호전된 적이 있었다.
어지럼증은 전체 인구 열 명중 한 명이 경험할 정도로 매우 흔한 증상이지만, 환자마다 호소하는 양상이나 원인질환이 다양하여 진단이나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어질어질하다’는 증세는 앉았다 일어나거나 또는 갑자기 움직일 때 잠깐씩 나타나며, 심한 경우에는 땅속으로 몸이 꺼질 것 같거나 죽을 것 같은 심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환자들은 이런 증세가 빈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으나 실제로 빈혈에 의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오히려 피곤하거나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우리 몸의 감각을 통합하는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된 것이 원인이 되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런 이유 때문에 노인들은 특히 어지럼증을 흔히 경험하게 된다.
우리 몸의 구조는 좌우 대칭으로 되어 있어서 항상 좌우 균형을 유지하려고 한다. 이러한 평형유지에는 시각계, 고유감각계, 전정신경계가 상호보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전정신경계가 더 중요하다. 우리 몸을 자동차로 비유하면 양쪽 귀 안쪽에 있는 세반고리관은 자동차 바퀴가 되는데, 한쪽 바퀴가 펑크가 나면 차가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기울어지듯이 한쪽 세반고리관이 파괴가 되거나 이석 등의 부스러기가 들어가게 되면 그 쪽으로 몸이 기울어지던지 넘어지게 되고 심한 어지럼증과 구토 등의 증세가 나타나게 된다.
K씨는 변성된 이석 부스러기들이 세반고리관내로 들어가서 심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양성 체위성 현훈증’으로 진단되었으며, 이석 부스러기들을 빼내는 관내결석 정복술을 시행 받아 어지럼증은 사라졌다. 이 치료법은 진료실에서 간단하게 시행할 수 있으며 특히 후방 세반고리관성 양성 체위성 현훈증환자 중 약 90%가 효과를 볼 수 있다. K씨의 경우와는 다르게 뇌간이나 소뇌로 가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피가 잘 통하지 않는 상태, 즉 뇌허혈이나 뇌경색 때문에 어지럼증이 발생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경우에 자칫 가볍게 생각해서 치료가 지연될 경우에는 심한 신체적 장애나 사망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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